척추가 자라면서 휘는 이유… ‘측만증 악순환’의 메커니즘
– 정상 성장은 ‘울프의 법칙’, 측만은 ‘헌터-볼크만 법칙’… 왜 척추는 더 휘어지는가?
우리의 뼈는 단순히 유전적 설계에 따라 자라는 것이 아니다. 뼈는 **자극과 부하(負荷)**를 받으면서 그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이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바로 정형외과의 기초 개념 중 하나인 **울프의 법칙(Wolff’s Law)**이다.
울프의 법칙: “자극이 있는 곳에 뼈는 자란다”
울프의 법칙은 뼈가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 특히 압력이나 하중에 반응하여 그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개념이다. 즉, 운동이나 체중 부하 같은 적절한 기계적 자극은 뼈를 더 튼튼하게 만들며, 방향에 따라 성장이 조절된다. 이 원리는 정상적인 척추 성장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양쪽에 고르게 하중이 전달되는 어린이의 척추는 균형 잡힌 방향으로 성장하며, 이때 뼈는 점차 형태를 정돈해간다.
그러나 측만 환자는 다르다: 헌터-볼크만 법칙
측만증이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헌터-볼크만 법칙(Hunter-Volkmann Law)’**은 측만증의 병리적 성장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 법칙은 다음과 같은 악순환을 전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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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에 어떤 형태의 비대칭적인 압력이 가해지는 ‘방아쇠(trigger)’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성장기 아동에게 아주 흔한 요인들일 수 있으며, 보통은 아주 작은 자세 불균형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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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에 휘어짐(측만)이 생기면, 압력이 한쪽에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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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대칭적인 하중은 척추뼈의 한쪽 성장을 억제시키고,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더 자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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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척추뼈가 **쐐기 모양(wedging)**으로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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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된 뼈는 다시 **더 큰 척추 곡률(curvature)**을 만들고, 척추의 휘어짐은 더욱 심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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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더 큰 비대칭 하중이 발생,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과정을 ‘Vicious Cycle’(악순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걷고, 자라고, 휘는” – 자라면서 더 악화되는 이유
이 악순환은 측만증 환자에게 있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성장기 아동이나 청소년은 척추뼈가 유연하고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에, 초기에는 휘어짐이 작더라도 방치하면 순식간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즉, 뼈가 자라는 시기에 제대로 된 부하 분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척추는 더 휘게 되어 있고, 뼈는 그 왜곡된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측만증을 단순히 “기형적인 뼈 구조”로 보기보다, **“기형적인 성장 메커니즘”**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 어떻게 끊어야 할까?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균형 잡힌 하중 전달이 필요하다.
즉, 휘어진 척추에 고르게 압력이 전달되도록 만드는 운동 치료법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접근으로는 독일의 슈로스(Schroth) 운동법이 있다.
슈로스는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니라, 환자의 곡선에 따라 맞춤 설계된 3차원 움직임과 호흡 조절을 통해 압력 분산을 유도하며, 측만의 진전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지금은 멈출 기회, 놓치면 ‘커브’는 더 깊어진다
척추측만증은 정적인 질환이 아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조기에 발견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자극이 가해지면, 척추는 얼마든지 정상적인 궤도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가 한 번 시작되면, 그 진행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지금, 그 고리를 끊는 첫 걸음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