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측만증은 흔히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외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게도 척추의 기형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도 사람처럼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나타날 수 있을까?
선천적 기형은 존재한다
수의학 연구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에서 척추의 선천적 기형(congenital malformation)은 종종 발견된다. 예를 들어, 척추 뼈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거나 붙어 있는 경우(hemivertebrae, block vertebra 등) 척추가 휘어지는 양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며, 특정 견종(프렌치 불도그, 퍼그 등)이나 고양이 품종에서도 보고된다.
그러나 ‘특발성’은 없다
사람에게 흔한 특발성 척추측만증(idiopathic scoliosis)은 반려동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은 직립 보행을 하며, 척추가 중력의 수직 압력을 정면에서 받는다. 반면, 개와 고양이는 사족 보행(quadrupedal locomotion)을 하기 때문에 체중이 네 다리에 분산되고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 양상이 다르다. 따라서 사람에서처럼 성장기 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측만증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임상적 의미
즉, 개나 고양이의 척추측만은 선천적 기형이나 외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이런 이상이 있을 때 강아지나 고양이가 걷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거나 통증 반응을 보이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하지만 사람처럼 성장기에 갑자기 생겨 악화되는 특발성 측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론
사람의 척추측만증과 동물의 척추 변형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발생 원리와 진행 양상은 다르다. 특히, 사족 보행 동물에게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이 없다는 점은 학문적으로도 흥미로운 차이라 할 수 있다.